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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Art Hist > Volume 320; 2023 > Article
Capital and Countryside In Korea
June 03, 2023 - May 19, 2024
Jordan Schnitzer Museum of Art
143 0 Johnson Lane, Eugene, OR, USA
오리건 대학교 정문에 있는 조던슈니처박물관(Jordan Schnitzer Museum of Art)은 미국 내 대학박물관 중 최초로 아시아 미술을 수집·전시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조던슈니처박물관이 국내에도 유명해진 계기는 박물관의 성격과 연관이 깊은데, 이 박물관은 거트루드 배스 워너(Gertrude Bass Warner, 1863-1951)가 남편(Murray Warner, 1869-1920)과 함께 수집한 3천여 점의 동양미술 컬렉션을 오리건 대학교에 기증하고 이를 전시하기 위해 건축되었다. 이후 후원자들의 기여로 미국 내 대학박물관 중 최초로 한국실이 조성되었으며, 현재 ‘허완구-영자 갤러리’와 ‘진주 갤러리’ 총 두 전시실이 한국실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송광사 오불도>의 한국 반환을 흔쾌히 허락해준 로버트·산드라 마티엘리(Robert·Sandra Mattielli) 부부와 서예가 정도준 일가, 조경숙 그리거(Kyongsook Cho Gregor) 등이 유물을 쾌척하면서 박물관의 한국미술품의 역량이 확장되었다.
현재 한국실에서 전시되고 있는 《Capital and Countryside in Korea》는 도시와 시골이라는 대조되는 개념에서 시작해 ‘시공간’의 변화가 한국 미술 내에서 어떻게 표현되어왔는지 조망하는 전시이다.1 특히 큐레이터는 한반도 전역의 지역과 시대별 에너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하여 관람객들이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하였다. 이에 맞춰 본 전시에서는 삼국시대부터 현대 작품에 이르는 총 24점의 조던슈니처박물관 소장품을 확인할 수 있다.
큐레이터의 추천 작품 중 하나인 이상범(李象範, 1897~1972)의 <추경산수(秋景山水)>는 전시장 입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메인 작품이다. 이상범의 작품은 전통적인 산수화의 양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데, <추경산수>에는 안개 자욱한 시골의 아침 풍경이 서정적으로 묘사되었다. 또한 그의 제자이면서 여성 화가로서 유명한 정용희(鄭用姬, 1914~1950?)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요소이다. 정용희의 <산수도(山水圖)>는 전통적인 조선 후기 산수도의 형식이지만 먹을 이용해 짧고 단선적인 표현 방법을 사용한 이상범의 화풍 역시 느껴진다. 두 작품을 통해 스승-제자의 그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감상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白南準, 1932~2006)의 자전적인 작품 <Sonata> 역시 눈길을 끈다. 백남준은 어린 시절 한국을 떠나 수십 년 동안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1984년에 귀국하였는데, 그는 옛 기억 속 서울과 현대적인 도시로 탈바꿈한 서울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아 서울의 시공간적 변화 모습을 병행하여 프린트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또 다른 큐레이터의 추천 작품인 <영주팔경(瀛洲八景)> 병풍은 조던슈니처박물관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19세기 작으로 추정되는 이 병풍은 제주도의 옛 명칭인 영주의 팔경을 팔폭으로 나누어 그렸다. 정방폭포, 한라산과 유채꽃, 성산의 일출 등 제주도의 주요 명소 여덟 곳을 단순한 색채를 바탕으로 수묵의 질감을 살려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영주팔경> 병풍의 맞은편에는 19세기 중반에 제작된 <여지도(輿地圖)>를 함께 전시하였다. 지도에는 당대의 행정구역인 8도, 고려 시대의 수도 송도(개성), 그리고 고구려, 신라, 백제, 마한, 옥저 등 고대 국가들의 위치까지 표시되어 있다. 이 지도는 지역적인 설명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역사까지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실에서는 <영주팔경>을 관람한 뒤 <여지도>를 보며 제주도를 직접 찾고 있는 관람객을 찾을 수 있는데, 큐레이팅이 돋보이는 배치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한편, 허완구-영자 갤러리에서는 《Capital and Countryside in Korea》 전시의 연장선에 놓여 있으면서도 동시에 오리건 대학교의 여성학 연구센터 설립 50주년을 기념하고자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만을 전시하고 있다. 이 전시실에서 인상 깊은 작품은 나수연의 <Watching TV Show>이다. 나수연은 주로 한국의 전통적인 모티프와 현대 여성을 결합한 초현실적인 작품을 제작하는데, 이 그림은 나체 상태의 여성이 텔레비전 위에서 십장생도가 그려진 배경을 관람하는 모습이다. 작가는 십장생이라는 전통적인 소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전통과 현대를 잇고 있다. 레이블에는 조던슈니처박물관에서 가장 사랑받는 한국 작품인 1879년 작 <십장생(十長生)> 병풍을 함께 설명하여 관람객의 이해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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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exhibition : Capital and Country side In Korea Photographed by Gay un Lee, 2023.
전시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엘리자베스 키스의 한반도 풍경 목판화도 눈에 띈다. 엘리자베스 키스와 배스 워너는 친구 사이였는데, 워너가 작품을 수집할 때 아시아 여행을 하며 문화를 공부했던 키스에게 자문했다고 한다. 키스와 워너의 관계가 깊었던 만큼 조던슈니처박물관은 양질의 키스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도 한반도 곳곳을 여행하며 제작한 목판화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전시의 다채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 글을 통해 소개한 작품 외에도 진채세화의 대가로 알려진 북한 작가 선우영(鮮于英, 1946~2009)의 금강산의 폭포 풍경화나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것 역시 미국 박물관 내 한국실의 묘미일 것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조던슈니처박물관은 소장품을 최대한 그러모아 두 전시실을 조화롭게 채웠다. 전시는 ‘Capital’과 ‘Countryside’라는 주제에서 시작해 도회와 농촌,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 고전적인 가치와 현대적인 가치 등 대조적인 소재를 이용하여 ‘시공간’의 변화에 따른 한국 미술의 역사와 다양성을 풀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미술과 문화에 관심이 있는 오리건 대학교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한국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연신 사진을 찍으며 작품 앞에서 서성이는 관람객을 보고 있으면 미술을 통해 문화 간 이해와 존중을 고무시키려고 했던 워너 여사와 조던슈니처박물관의 철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Notes

1) 《Capital and Countryside in Korea》 전시는 조던슈니처박물관의 Post-Graduate Curatorial Fellow였던 MacKenzie Coyle가 큐레이팅하였다. MacKenzie Coyle는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의 중세 역사와 물질문화 연구로 오리건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조던슈니처박물관에서 한국·일본관 전시와 아시아 컬렉션 연구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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