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年 6月 22日 ~ 9月 1日
愛媛県美術館
愛媛県松山市堀之内
오랜만에 일본에서 실크로드 관련 전시를 한다고 하여 愛媛県美術館이라는 낯선 미술관에 가보게 되었다. 일본에서의 전시는 대체로 도쿄나 교토 같은 큰 도시나 나라와 같은 잘 알려진 곳에서 본 것이 대부분이라, 처음 방문하는 四国 에히메현의 県庁 소재지 松山市에 있는 미술관에서 도대체 어떤 전시를 보게 될 지 호기심반 기대반이었다. 사실 이 전시는 2023년 東京富士美術館에서 시작되어(9월 16일~12월 10일), 福岡アシア美術館(2024년 1월 2일~3월 24일), 東北歷史博物館(4월 9일~6월 9일)을 거쳐 네 번째로 에히메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순회전이었는데, 이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 하고 간 것이었다.
내리쬐는 여름 햇살 아래 마쓰야마성의 너른 잔디밭을 가로질러 찾아간 에히메현미술관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일본의 조금 큰 전시에서는 의례 보게 마련인,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길게 늘어선 줄도 없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장에 들어서는데, 입구의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사진촬영 OK’. 자유롭게 찍으라는데 찍지 않을 수도 없으니, 조금 부담스러운 마음이 되어 전시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정말 놀라고 말았다. 그야말로 ‘셀레브’급이라고 할 수 있는 유명한 유물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전시가 가능했을까 감탄과 의문이 동시에 들었다.
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 전시는 2014년 長安과 洛陽으로부터 天山回廊을 경유하여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5000㎞의 유적군과 33곳의 석굴사원, 요새 등의 유적이 「シルクロード: 長安-天山回廊の交易路網」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이래 중국 국외에서 개최된 최초의 대규모 실크로드 전람회였다. 전시는 中日평화우호조약 체결 45주년을 기념하여 개관 40주년 특별전으로 도쿄 후지미술관에 의해 기획되었는데, 미술관 창립자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1928~2023) 創価学會 명예회장이 1980년대부터 常書鴻, 段文傑 敦煌文物硏究所 소장 등과 오랜 친교를 이어 온 결과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전시에는 中國國家文物局, 中國文物交流中心의 전면적인 지원을 받아 9개 省, 2개 自治區, 27곳의 박물관·연구소에서 엄선된 200여 점(우리나라의 국보에 해당하는 중국 一級文物 44점 포함)의 유물이 출품되었다.
전시는 〈民族往來の舞台-胡人の活動とオアシスの遺宝〉, 〈東西文明の融合-響きあう漢と胡の輝き〉, 〈仏敎東漸の遙かな旅-眠りから覺めた経典と祈りの造形〉의 3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 〈民族往來の舞台-胡人の活動とオアシスの遺宝〉에는 新疆위구르自治區, 甘肅省, 寧夏回族自治區, 靑海省, 遼寧省 등 중국 문명의 외곽지대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발견된 유물들이 출품되었다. 끝이 뾰족한 모자를 쓴 청동인물상(新疆위구르自治區 新源県 七十一団漁場墓葬 출토)과 펠트제의 실물 尖頂帽(新疆위구르自治區 Cherchen Zagunluk 古墓 3호묘 출토)로 시작되는 제1부 전시는 실크로드를 무대로 활약했던 사람들이 남긴 삶의 흔적들에 집중한다. 사산조 페르시아의 貼付 원무늬로 장식된 푸른 유리 脚杯(新疆위구르自治區 Kucha県 Shim Shim 석굴 출토), 유라시아 초원지대 특유의 마노 상감 금제 잔(新疆위구르自治區 Yili市 昭蘇県 Boma古墓 출토),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와 창을 든 파란 눈의 전사가 직조된 유명한 태피스트리(新疆위구르自治區 Lop県 Sampula墓地 1호묘 출토), 正倉院 유물을 연상시키는 상아와 터키석이 상감된 双六盤(新疆위구르自治區 Turpan Astana古墓 출토), 소그드·위구르어 문서들, 코인류 등 잘 알려져 있거나 덜 알려진 다양한 유물들로 구성된 제1부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운 전시품 중 하나는 위구르어로 기록된 「彌勒會見記(Maitrisimit Nom Bitig, Meeting with Maitreya)」 (新疆위구르自治區 Hami市 Tumerti사원지 출토)였다. 마니교도였던 위구르가 불교를 수용한 무렵인 1067년경 書寫되었다는 西위구르국시대의 유물로, 인도어에서 토하라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위구르어로 번역하였다고 말미에 기록되어 있다. 전시품 대다수가 복잡한 문화적 배경을 드러내는 유물이지만, 특히 이 위구르어 「미륵회견기」는 실크로드의 종교와 언어의 복잡다단성을 단적으로 증언해주는 유물로 손꼽힐 만하다. 또 근래에 주목받고 있는 실크로드의 靑海 루트에 관련된 자료들로, 티베트인 남성이 정교하게 새겨진 은제 도금 장식판을 비롯한 吐蕃 시기의 공예품들도 흥미로웠다.
제2부 〈東西文明の融合-響きあう漢と胡の輝き〉에서는 중국 문명 내에 받아들인 胡의 문화에 초점을 맞추어, 甘肅省, 陝西省, 山西省, 河南城, 河北省, 浙江省, 江西省 일대에서 출토된 국제성 풍부한 문물을 소개하였다. 서역 汗血馬를 연상시키는 강인한 말을 탄 의장대 군상(甘肅省 武威市 雷台墓 출토), 사산조 페르시아와 유목민족 문화에서 유래한 기형·기법으로 제작된 화려한 당대 금은기(陝西省 西安市 何家村 출토품 등)과 서역풍의 당삼채 俑·器物 등 실크로드 관련 전시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반가운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제작 기법과 형태 등에서 외래계의 영향을 보이는 수대 ~ 원대의 도자기류도 다수 있었는데, 특히 코끼리형 注口가 달린 수대의 정병(江西省 新建県 樂化公社 출토)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청자 정병으로 흥미로웠다. 또 前漢代에 서역에서 전래되어 다산·자손 번영의 길상으로 애호된 석류형 청백자 합은 이와 비슷한 형태의 지물을 든 西安 宝慶寺 장래 불상군을 떠올리게 했는데, 보살의 지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제3부 〈仏敎東漸の遙かな旅-眠りから覺めた経典と祈りの造形〉 전시는 제목 그대로 불교경전과 불교미술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5~6세기의 『妙法蓮華經』 10점이 집중적으로 전시되었는데, 그중 1980년 투르판 베제클릭 석굴에서 발견된 「觀世音菩薩普門品」 斷簡은 559년 鞠氏高昌國의 승려가 필사하여 납입했다는 跋文이 있어 베제클릭 석굴이 6세기 중엽에는 이미 개착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오늘날 알려진 『묘법연화경』과는 달리 끝부분에 偈頌이 없는 이 필사본은 406년 鳩摩羅什이 漢譯한 『묘법연화경』과 가장 가까운 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歷代三宝記』 등의 傳承에 의하면 게송은 6세기 후반 闍那堀多에 의해 번역되어 구마라집 본에 추가된 것이라고 함). 이외의 법화경 斷簡은 敦煌莫高窟 藏經洞 출토품(1900년)과 敦煌莫高窟 土地廟 新 출토품(1944년)으로, ‘光世音’이라 한역한 희소한 『正法華經』 (3세기 竺法護 譯) 등 초기의 중요한 법화경 필사본들이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호탄과 투르판 사원지의 벽화편, 돈황막고굴 벽화의 선명한 모사도, 麥積山石窟의 塑像과 석조상, 西安安國寺址 출토 馬頭觀音像, 河北省 曲陽 修德寺址 白玉像 등 광대한 실크로드의 수많은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이 되었던 畫像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이 기획전은 岡山県立美術館(9월 16일 ~ 11월 10일)을 거쳐 京都文化博物館(2024년 11월 23일 ~ 2025년 2월 2일) 전시를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올가을과 겨울에는 ‘物과 정보의 교환만이 아니라 (…) 인간의 교류, 마음의 교류를 증진’하며, ‘문화의 전영역에 걸쳐 (…) 평화의 연대를 넓혀가는 「정신의 실크로드」’를 꿈꾸었던 이케다 다이사쿠 회장의 마지막 프로젝트(2023년 9월 16일 후지미술관 특별전 개막 후 같은 해 11월 15일 별세), 《世界遺産 大シルクロード展》을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