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i Song Mi, Recording State Rites in Words and Images: Uigwe of Joseon Korea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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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Art Hist. 2024;323():246-247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4 September 30
doi : https://doi.org/10.31065/kjah.323.202409.010
*The Academy of Korean Studies

『글과 그림으로 국가 의례를 기록하다: 조선시대 의궤』는 저자 이성미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지난 30여 년 동안 천착해 온 조선시대 의궤에 관한 연구를 집대성한 결정판이다. 미술사 분야에서 의궤 연구의 선구자인 저자는 2014년 프린스턴 대학교의 당 센터에서 개최한 강좌 시리즈에서 다섯 차례의 강의 및 세미나를 통해 한국의 의궤를 집중적으로 강의했으며 이 책은 그 강좌를 토대로 저술한 결과물이다.

깔끔하고 가독성 높은 편집, 질좋은 도판, 품위 있는 장정이 돋보이는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길(吉)·가(嘉)·빈(賓)·군(軍)· 흉(凶)의 오례(五禮)에 따른 대표적인 의궤를 소개했다. 저자는 많은 의궤 중에서 오례 각각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의궤를 선별하고 거기에 수록된 도식, 도설, 반차도 등의 특징을 통해 시각적 자료로서 의궤의 독자적인 면모를 분명하게 밝혔다. 의궤 반차도만의 독특한 형식미를 규명하고 어람 반차도의 우수성과 분상 반차도의 차이점도 상세하게 비교하였다.

2부는 오례에 포함하기는 어렵지만, 조선시대 의궤 제작의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의궤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부분이다. 저자는 어진의 제작에서 봉안까지 그 전모를 수록한 어진(御眞) 관련 의궤를 통해 조선시대 어진의 제작 과정, 상징성과 함의를 부각했다. 또 저자는 18세기 후반의 가장 진보한 회화 양식이 고스란히 담긴 두 의궤, 즉 정조의 현륭원 행차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와 화성 축조를 기록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두 의궤를 통해 저자는 조선시대 의궤가 보수적이고 형식적인 문헌에 머무르지 않으며 18세기 후반 화원들의 회화적 역량이 얼마나 우수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명쾌하게 규명해 주었다.

3부에서는 의궤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미술사적 핵심 정보를 분석했다. 일월오봉병을 포함하여 의례와 행사 현장을 장식한 채색 병풍의 종류와 특징을 규명하였으며, 병풍 제작과 의례의 준비 과정에 동원된 화원 및 공장(工匠)의 역할과 처우, 포상 등에 대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이러한 내용은 다른 문헌에서는 찾을 수 없는 귀한 정보로 저자가 이책에서 의궤 속에 흩어져 있는 화원과 장인들에 관한 많은 양의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다각적으로 분석한 점은 주목할만한 성과이다.

의궤는 오랜 시간에 걸쳐 다종다양한 형태로 많은 숫자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방대함 속에서 종류별, 시기별로 중요한 의궤와 특징적인 반차도를 먼저 선별해 내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모든 의궤를 섭렵한 연구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가려 뽑은 의궤와 반차도(혹은 도설)를 눈여겨봐야 하며, 그에 대해 명료하게 짚어주는 해석을 잘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중국이나 일본에는 의궤와 비슷한 종류의 문헌을 찾기 어렵다. 한국만의 고유한 미술 문화를 잘 보여주는 의궤의 진가를 외국인에게 소개할 만한 영문 서적이 없었던 시점에서 이 책은 너무나도 반가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자칫 어렵게 보이는 의궤의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로 시작하지만, 의궤의 정수를 조목조목 짚어가는 이 책의 깊이에 이르게 되면 그간 저자가 의궤 연구에 쏟은 공력의 무게가 저절로 느껴지는 책이다. 비록 영문으로 된 책이지만 의궤에 관심 있는 자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하는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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