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 지음, 『조선의 불교회화』 (사회평론아카데미, 2024)
Buddhist Paintings of the Joseon Dynasty
Article information
불교회화는 예경과 참배 공간에서 일상의 의례와 함께 여전히 활용되고 살아 숨쉬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사찰을 장엄하는 불화들에 대해 ‘무엇을’이라는 질문보다는 ‘무엇 때문에’, 즉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며 친절한 답을 해주는 책이다. 불교미술, 특히 불교회화 분야에서 무엇을 어떻게 그렸는지에 관한 도상과 양식에 관한 문제는 항상 중심에 있어왔다. 이와 더불어 각 시대의 신앙적 요구와 이에 따른 불교 의례가 불화의 수요와 기능, 공간 내 봉안과 구성 방식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방법론 역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을 근간으로 하여 연구 초기부터 꾸준히 천착해왔던 종교적 공간 내에서 기능하는 불교회화와 불교의례에 관련한 내용을 주로 하고 있다.
책의 서두에는 전공자가 아니라면 다소간 어려운 주제인 불교회화에 대해 저자가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된 계기나 경험, 의문점의 시작 등을 수필체로 담담히 풀어내며, 이후에 전개될 본격적인 내용을 기대하게 한다. 저자는 불교회화를 사찰의 주불전 내에서의 불화와 전각 밖의 불화로 크게 나누어 살펴보고, 책 전체를 관통하는 불교의식과 공간, 그리고 불화의 기능이라는 키워드를 놓치지 않고 내용을 이끌어 간다.
1부 ‘불화를 읽는 법’은 불교회화 그 자체의 내용과 분석 외에 사찰 전각 내외의 공간에서 실제로 의례를 행하고 참배를 하는 사람들, 불화의 봉안 방식, 그리고 그 관계성 역시 불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임을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불교의식집의 역할을 부각시킨다. 2부 ‘주불전에 걸린 불화의 조합’은 조선시대 삼단 신앙의 전개 과정에서 발생되는 불화의 수요, 그리고 주불전 내에서 불화가 배치되는 근거와 방식을 불교의례와 연관 지어 설명한다. 이어지는 3부 ‘세 개의 단, 세 점의 불화’에서는 상중하단의 각각에 해당하는 불화의 성격과 이 불화들의 근거가 되는 구체적인 의례와 의식집에 대해 상세히 다루었다. 4부 ‘전각 밖으로 나온 불화’는 대형 불화인 괘불 등 사찰의 야외의식에서 사용되는 불화들의 구성과 배치를 의식의 절차와 함께 상세히 소개하였고, 마지막으로 전체 내용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며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제목에 불교의례, 공간, 기능 등의 용어가 추가되었다면, 보다 직관적으로 책의 주제와 내용에 대해 다가왔을 것 같다. 그러나 목차에서 이 부분이 해소되고, 친근한 디자인의 소프트 커버와 적재적소의 풍부한 도판들이 이해를 돕는데 충분한 역할을 해줄뿐 아니라 꼼꼼하게 작성된 주석을 통해서 참고할 만한 내용에 대한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간 저자의 연구성과가 집약된 결과물로서, 특히 조선의 불교문화와 사찰 내에서 기능하는 불교회화에 대한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는 서적임이 분명하며, 저자의 가독성 높고 친절한 문체는 독자들이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게 하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