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빈 지음, 『정조와 궁중회화: 문예군주 정조, 그림으로 나라를 다스리다』
King Jeongjo and Court Paintings: The Literary Monarch Who Ruled through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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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평론, 2022)
이 책은 正祖(재위 1776~1800) 시대의 궁중 회화를 유기적으로 분석한 연구서이다.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인 「正祖代 宮中繪畵硏究」를 바탕으로 <월중도>, <영괴대도>를 비롯한 사적도에 대한 분석이 더해졌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문예 군주로 평가받는 정조의 의도가 궁중회화를 어떻게 바꾸었는지가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조선시대 궁중회화는 그간 전체의 내용을 아우르는 개설서는 물론 세부 주제에 대한 단행본 및 논문, 도록, 보고서 등이 다수 출간되면서 그 전모가 비교적 상세히 드러나 있다. 그러나 특정 시대에 초점을 맞추어 여러 종류의 궁중회화가 국왕의 관점과 의도에 따라 어떻게 제작되었으며, 또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본격적으로 분석한 것은 『정조와 궁중회화: 문예군주 정조, 그림으로 나라를 다스리다』 이전에는 이루어진 바 없기에 주목된다.
이 책은 크게 Ⅰ장 ‘정조대 궁중화원제도의 변화’, Ⅱ장 ‘어진과 신하 초상의 제작’, Ⅲ장 ‘사적도를 통한 왕실 행적의 역사화’, Ⅳ장 ‘궁중 계병을 통한 세자의 위상 강화’, Ⅴ장 ‘《화성원행도병》을 통한 화성 행차의 시각화’로 구성되어있다.
저자는 이러한 체재를 통해 정조가 시각자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왕 직속의 궁중화가인 차비대령화원을 양성하고 활용하였던 점, 어진 및 신하 초상화의 제작 및 열람을 신하들과의 관계 설정에 활용했던 점, 사적도를 단순히 실용적인 목적이 아닌 왕실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공식화하는 방편으로 제작하였던 점, 관원들에 의해 만들어지던 궁중행사도를 국가 주도로 제작토록 하여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였던 점, 이러한 일련의 변화와 방향성이 《화성원행도병》에 응축되어있다는 점을 차분히 논술하고 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정조의) 정치적 메시지는 잘 짜인 각본처럼 그림에 담기게 되었고, 그 그림들은 목적에 맞게 배포되고 설치되었다.”는 저자의 언급대로 독자는 여러 다른 종류의 궁중회화가 정조의 의도와 목적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해석되고 활용되었다는 사실에 공감하게 된다. 궁중회화를 국가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았던 이전과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정조대 궁중회화의 이러한 변화가 이후 19세기 궁중회화의 근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가 더욱 각별하게 여겨진다.
한편 이 책은 정조시대 궁중회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서도 그 특징과 변화를 부각시키기 위해 이전 시기까지 궁중회화의 특징에 대해서도 곳곳에서 상당부분 지면을 할애하여 서술, 비교하고 있다. 이 덕분에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비단 정조대 뿐 만이 아니라 조선시대 궁중 회화 전반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천연색의 세부 도판을 통해 궁중 회화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요소요소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작지 않은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