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정 지음,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동양미술 이야기』, 3권 구원과 욕망의 교차로, 실크로드를 가다

Studying Asian Art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3: To the Silk Road, the Crossroads of Salvation and Desire

Article information

Korean J Art Hist. 2023;320():169-170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3 December 31
doi : https://doi.org/10.31065/kjah.320.202312.006
*Research Professor, Institute for East Asian Studies at Sogang University
하정민*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연구교수

(사회평론, 2023. 6)

이 책은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연구소장이자 서강대학교 대학원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인 강희정 교수가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동양미술 이야기』 시리즈의 세 번째 권으로 출간한 것이다. 제1권과 제2권에서 각각 인도와 중국의 고대 미술과 문명을 살펴보았다면, 이 책에서는 인도와 중국, 이 두 대국 사이의 교류를 가능하게 했던 교통로 실크로드에 주목한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제목은 ‘Ⅰ. 상인의 길, 미술의 길–실크로드의 탄생’, ‘Ⅱ. 어둠은 성스럽고 공간은 신성하다–인도의 석굴사원’, ‘Ⅲ. 깨달음과 구원–불상과 보살의 등장’, ‘Ⅳ. 사막에 핀 꽃–실크로드 도시의 미술’이다. 제1장에서는 실크로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하고, 19세기 후반 서구 열강이 중앙아시아를 탐험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2장은 인도의 석굴사원의 상징적 의미와 형성 및 발전에 대해, 제3장에서는 간다라와 마투라 지역에서 탄생한 불상과 보살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마지막 제4장은 중국의 서쪽 지역인 서역, 타클라마칸 사막 일대에 위치한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중 호탄, 쿠차, 투르판에 위치한 불교 석굴사원 및 그곳에서 출토된 유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앞에 출간된 제1, 2권을 읽지 않은 독자라도 이 책을 읽어나가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앞의 책들과 함께 읽으면 전체적인 내용을 보완해주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인도의 미술을 다룬 제1권에서 불상의 탄생에 대해서 간략히 다루었던 것을 이 책의 제3장에서 간다라와 마투라에서 시작된 불상의 초기 제작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한다. 또 제1권의 인도 스투파에 대한 부분이 이 책의 제2장에서 불교 석굴사원의 차이티야 굴 깊숙한 공간에 위치한 스투파와 연관하여 논의된다. 이렇듯 세부 사항을 보충하고 개념을 연결시킴으로써 인도에서 비롯된 불교와 불교미술의 관계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길’이다. 실크로드는 중국과 인도를 연결하는 길로, 다양한 문화요소와 상품이 오가며 번영했으며, 불교와 불교 미술이 이 길을 통해 전파되었다. 실크로드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유적이 불교유적이기에, 실크로드 미술 논의에서 불교미술은 필수적이다. 실크로드는 이 길을 따라 다양한 미술이 상호작용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저자의 한국, 중국, 인도, 동남아 미술을 아우르는 폭넓은 관심과 식견은 독자들이 그와 함께 넓은 범위의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내용을 쉬운 설명으로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동양미술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독자들이 궁금할 만한 정치, 경제, 사회적 배경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쉽게 전달한다. 또 대중문화, 영화, 음식 등 현대 독자들이 익숙한 사례들을 적절히 언급하며 동양미술에 대한 흥미를 자극시킨다. 또한 적재적소에서 한국미술과 서양미술을 함께 언급함으로써 동양미술이 차지하는 전체적인 맥락을 제시해준다. 저자가 제공하는 넓은 시계(視界)를 독자들도 공유하며 과거의 동양미술이 현재의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잘 느끼게 해준다.

제1, 2권과 마찬가지로 많은 컬러 도판을 활용하여 저자의 설명을 시각적으로 보조한다. 몇몇 작품은 세부를 확대한 사진을 제시하며 상세한 설명을 더하여 매우 인상적이다. 역시 이전 권들과 마찬가지로 가상의 청자가 등장하여 대화체 스타일로 서술되었고, 책 곳곳에 제시된 QR코드를 통해 책 내용과 관련된 다채로운 자료를 제공하여 박물관에서 직접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전달한다.

이 책은 동양미술에 전혀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그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할 만한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동양미술에 대한 구체적이고 풍부한 설명과 함께 미술 외의 배경 지식도 폭넓게 아우르고 있어서, 동양미술에 관심이 있는 비전공자뿐만 아니라 동양미술을 강의하거나 수강하는 전공자들에게까지 모두 추천할 만한 책이다. 특히 교류사나 실크로드에 관심있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Article information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