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and New in Korean Art (한국 미술의 법고창신)

Old and New in Korean Art, Cleveland Museum of Art, Cleveland, October 28, 2022 - April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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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Art Hist. 2023;317():110-113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3 March 31
임수아
클리블랜드 미술관 한국미술 학예연구사

2013년에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클리블랜드 미술관 역사상 최초로 한국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독립된 전시실이 생겼다. 이후 2016년 부터는 단순히 회화 작품을 교체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특정한 서사를 중심으로 꾸민 상설전이 1년에 두번 열리고 있다. 상설전은 클리블랜드 미술관의 소장품을 위주로 꾸며지지만, 주제를 좀 더 강조하고 확장하기 위해, 종종 기관과 개인 소장가로 부터 작품을 대여받기도 한다.

2016년 클리블랜드 미술관 설립 100주년을 기념했던 그해 가장 첫 번째 상설전은 ‘잔치의 미술 (Art of Festivity)’ 이라는 주제로 리움 미술관 소장품인1829년 궁중잔치를 그린 《기축진찬도병(己丑進饌圖屛)》 과 채화장 황수로 선생님의 궁중 채화 작품을 대여받아 한국의 진연 문화를 소개했다.

작년 10월 18일 부터 올해 4월 23일까지 열리는 상설전은 Old and New in Korean Art 제목으로 한국의 전통과 현대 미술에 있어서 중요한 담론 중 하나였던 “법고창신” 을 다룬다. 전시장 입구의 소개글 가장 첫 문장은 “한국 미술에서 전통과 변화가 맞닿는 과정, 그 과정에서 생기는 긴장과 그 긴장이 만들어내는 혁신을 탐구한다.” 라고 주제를 밝힌다.

전시된 회화 작품은 클리블랜드 미술관 소장품 《호랑이 가족도》, 《백납도》, 《원숭이 유희도》으로 모두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에 제작되었다. 시기적으로 근대기, 정치적으로 식민지 시기로 넘어가는 기간에 제작된 작품으로 선정한 이유는 한국의 역사적 전환기 속에서 전통적 도상과 기법이 겪는 변화와 모색, 그 시각적 갈등이 가장 극적인 서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섯 폭의 채색화 병풍인 《원숭이 유희도》 는 기존의 ‘한국적’ 잣대에는 이질적인 주제와 기법을 갖고 있다. 한국 미술사에서 규정하는 ‘전범’에서 다소 벗어난 이 작품은 ‘정체성’을 혼란을 맞았는 근대기, 식민지 시기에 ‘한국적’ 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를 묻는 동시에, 혼돈과 실패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기에 새롭게 등장한 새로운 주제와 병풍 형태의 전형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 《백납도》가 전시되었다. 이 10폭 병풍은 산수, 인물, 화조, 영모, 어해, 사군자, 풍속, 기멸절지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 작은 그림들이 병품의 앞면에 그려졌고, 병풍 뒷면에는 8폭에 걸쳐 당대 시인인 유종원(柳宗元, 773~819)과 남송대 시인 장식(張栻, 1133~1180)의 시가 적혀있다.1 가성비와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제례용과 축연용(祝宴用) 주제를 양면에 그려진 이러한 양면 병풍들의 한 예인 《백납도》는 전통과 근대적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형식으로 소개되었다.

《원숭이 유희도》 와 1월 초에 교체 전시된 《곽분양행락도》는 개인 소장가에게 대여 받은 높이 2미터가 조금 넘은 대형 6폭 병풍이다. 《호랑이 가족도》와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데, 두 작품이 모두 ‘다복한 가족’이라는 이상을 한 작품은 동물로, 또 다른 작품은 중국의 고사(故事)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두 작품이 갖는 의미적 연계성 이외에도, 모두 밝은 색채로 그려진 채색화라는 공통점이 있어 어린이 동반 가족, 그리고 어린 학생 관객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 《곽분양행락도》는 2021년에 미국 옥션에 출품되어 개인 소장가의 품으로 들어간 작품으로 미국 내 일반 관객에는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곽분양행락도》가 19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주인공 곽자의를 비롯한 인물들이 매우 도식적으로 표현된 것에 비해, 18세기 작품인 이 작품은 곽자의라는 당대의 인물을 보고 그린 듯한 초상화적 분위기 마저 느낄 정도로 얼굴의 표현이 사실적이다. 조선의 왕이 쓰던 원유관을 쓴 곽자의가 일월오봉도 병풍 앞에 앉아 있는 모습에서 중국의 고대 역사적 인물이 18세기의 조선의 국왕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모습에서 18세기 조선의 문화와 정치적 이상향이던 ‘소중화’의 시각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상설전에는 조선 시대의 도자 작품과 현대 도예가의 작품들이 나란히 전시되어있다. 18세기 백자, 김익영 작가의 1992년작 《백자 제기형 대발》의 pairing 에서는 조선시대의 미니멀리즘적 조형미와 그 현대적 재해석을 확인할 수 있으며, 즉흥적 붓질처럼 지난간 유약의 자국을 품고 있는19세기 말의 백자 철화호와 신상호 작가의 《Dream Jar》에서 전통 한국 미술이 갖고 있는 즉흥적 표현성이 어떻게 추상성으로 계승되었는지를 읽어낼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성수의 설치작품은 전통과 변화에 대한 주제의 서사를 시적으로 결말 짓는 듯 하다. 유리로 제작된 《Rediscovery of Poetry》 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포장용 스티로폼이 포장이 해체되는 순간 그 존재의 의미가 버려지는 운명을 전복하는 동시에,2 작가는 유치환의 시 《바위》를 인용함으로써 한때는 유명했던 그러나 지금은 잊혀진 시를 시각미술로 재발견하는 작업을 통해 잊혀진 것에 대한 전복이라는 서사도 만들어냈다.

Old and New in Korean Art 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혁신이라는 반대되는 시간과 개념의 대비를 통해 한국 미술의 탐구할 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라 할 수 있다. 6개월 마다 열리는 상설전을 통해 한국 미술과 문화를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다는 점에는 출품된 작품의 수가 적어 조금 아쉬움을 달래본다. 현재 한국실에 전시된 작품은 다음의 클리블랜드 미술관 홈 페이지 https://www.clevelandart.org/art/collection/search?filter-gallery=236%20Korean에서 살펴볼 수 있다.

Notes

1

작품 뒷면의 이미지는 작품 설명 라벨을 사진을 포함시켜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2

유리를 주조하는데 스트로폼을 모형으로 사용함으로서 버려지는 스티로폼의 운명을 전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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