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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병선 지음, 『한국도자제작기술사』, 아카넷,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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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병선 교수의 『한국도자제작기술사』는 선사시대부터 조선 말기까지 제작된 한국도자의 태토, 유약, 안료, 가마 등 제작 기술의 전반적 문제와 시대별 특징을 미술사적, 과학적 방식으로 접근한 전문 학술서이다. 이 책은 한국도자의 제작 기술과 그에 수반되는 여러 원료의 과학적 성분과 성질을 도자사적 맥락으로 해석한 최초의 연구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서도 가마 구조나 유약 등 제작 기술의 특정 분야만을 다룬 저서들은 있었지만 도자 제작 전반을 다룬 종합 기술사는 없었다. 도자기를 실제로 제작해 보지 않으면 전체적인 과정을 이해하기 힘들고, 태토나 유약의 성분 수치를 유의미하게 해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도자 제작과 판매 등 전반적인 과정을 체험하여 기술적, 과학적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는 저자의 학문적 내공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도자기의 과학적 분석과 고찰은 주로 보존과학 분야에서 이루어지는데, 문제는 도자사 연구와 괴리가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책이 전통적인 도자사 연구서의 틀을 벗어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합연구서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걸맞게 도자 제작기술의 과학성을 중심으로 유적, 유물, 문헌 기록, 540여개의 도판과 도면, 도해 등 총 88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담고 있다. 처음에 책의 두께에 놀랄 수도 있지만 ‘도자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사람들의 궁금증에 대답하듯이 명료하고 쉽게 구성되어 있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분야별로 다루고 있어서 읽는 이의 관심에 따라 궁금한 점을 찾아서 읽기에도 편하다.
Ⅰ장 ‘한국도자의 과학성’은 유약, 가마, 소성기술, 성형, 장식 등 도자의 조형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제작기술의 문제를 과학적 수치와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풀어내었다. Ⅱ·Ⅲ장에서 고려청자와 백자, Ⅳ장에서 분청사기, Ⅴ장에서 조선백자로 나누어서 시대별 대표 자기의 제작 기술의 전반을 다루고 있다. 특히,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비색(翡色) 유약의 성분별 수치가 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러 원료를 배합하는 유약의 조제 방법 등은 많은 이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올 법하다. 무엇보다 고려청자의 유색이 월주요나 여요와 같은 중국청자와 차별화되는 원인을 유약의 구성 성분과 수치로 비교 설명하는 부분은 누구나 바로 이해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Ⅴ장에서 다뤄지는 조선백자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관요에서 제작되는 왕실 백자는 조선의 도자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시기별로 달라지는 관요 백자의 색을 기계적으로 외웠던 많은 이들에게 ‘왜 달라졌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통해 새로운 세계로의 입문을 안내하는 듯하다. 백자의 색이 다를 수밖에 없는 원인을 91곳의 요지에서 채취한 백자 태토와 유약의 성분 등 제작 기술의 변화로 풀어내었다. Ⅵ장에서 청화, 철화, 동화, 흑유, 철유, 화금 등 한국도자에 사용된 모든 안료와 색유의 역사, 문헌기록, 성분을 분석한 데이터 수치와 조제 방법 등 광범위한 내용이 들어 있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전국의 가마 유적을 시기별로 분류하고 정리한 자료는 연구자나 학생들에게 기초 자료로서 손색이 없다. 또한 여러 나라의 가마를 비교하여 한국도자 가마의 특수성 및 축조방법과 구조가 도자 제작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책은 한국도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중국, 일본에서 고대 이집트와 중세 유럽까지 세계 곳곳의 도자 제작 기술에 대한 설명과 풍부한 사진이 제시되어 있다. 전 세계 도자 제작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저자가 적절한 부분에서 한국도자와 비교, 설명하는 내용은 읽는 이들을 세계도자사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내용과 자료 수집에서 저자의 수많은 국내외 유적답사를 비롯하여 학자들, 도예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한 노력의 흔적이 느껴진다.
도자기는 흙, 불, 물로 만들어낸 인간의 창조물이지만 흙을 정제하는 기술, 유약 조제를 위한 원료 배합, 고온의 가마축조, 불을 잘 땔 수 있는 기술이 없다면 불가능한 결과물이다. 아름다운 도자기는 수준 높은 제작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예술과 기술의 융합체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자기의 형태와 색, 문양에 매료되는 동시에 제작 기술에 호기심을 느끼지만 그 관심을 채워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도자의 과학적 분석에 목말라하던 연구자들뿐 아니라 제작 기술을 궁금해 하는 일반인들에게 꼭 읽기를 ‘강력 추천’하는 필독서로써 진정한 도자사의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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