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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Art Hist > Volume 315; 2022 > Article
장경희 지음, 『국장과 왕릉 - 조선 국왕의 사후 상징과 만나다』 (현암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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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국장의 지침서였던 『국조상례보편(國朝喪禮補編)』은 상례에 사용되는 주요 물품의 도설(圖說)을 책의 첫부분에 실었다. 이어서 상례의 각 의식을 “의주(儀註)와 제구(諸具)”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절차마다 의식의 진행을 먼저 기술한 후 그 의식에 사용되는 물품을 수량과 함께 수록한 것이다. 의례를 사람의 몸짓, 인간의 행위로만 이해하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이러한 책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국장을 포함한 조선시대 국가 의례 연구의 역사는 길지 않으며, 그 연구의 대부분은 의례의 절차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전례서(典禮書)에 나오는 많은 물품은 당연히 연구에서 제외되었다. 결국 현대 의례 연구는 절차와 기물이 분리되어 진행되었다.
이러한 연구의 틀을 깨뜨리는 데에 일조한 것이 의궤(儀軌)이다. 의궤는 의례의 수행을 다룬 책이지만 책 속의 어떤 내용보다 채색의 그림과 함께 있는 각종 기물이 읽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서 의례는 물품을 생산하고 운반하고 소비하는 과정과 같다. 의궤는 사물을 통해서 의례를 보는 연구를 촉진시켰고, 이로 인해 의례가 사물을 통해 읽히기 시작하였다. 장경희 교수의 『국장과 왕릉-조선 국왕의 사후 상징과 만나다-』는 이러한 연구의 성과물이다. 이 책은 의궤에 나오는 사물과 장인에 대한 저자의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물의 내력만이 아니라 여러 사물을 조합하여 가치를 실현하는 의례의 비밀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국장을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각종 사물을 다루었다. 시신을 목욕시키는 도구로부터 재궁(梓宮), 책보(冊寶), 깃발, 방상씨, 명기(明器), 가마, 석물, 회격(灰隔) 등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사물의 늪에 빠지지 않고 논의를 하나의 방향을 이끄는 것은 국왕의 상징 코드이다. 사망한 국왕의 상징 코드는 무엇일까? 이는 무화(無化)의 죽음을 거슬려 국왕의 권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묻는 것이다. 저자는 이 상징 코드를 국왕의 몸[시신]을 통해서 찾았다. 몸과 밀접한 것, 곧 국왕의 시신을 닦거나 감싸거나 입히거나 담거나 덮거나 보관하는 제반 사물을 국왕의 ‘상징코드’로 삼았다. 국가는 이러한 상징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통제함으로써 국왕의 권위와 왕실의 위엄을 시각화한다는 것이다.
국장에는 시신을 안치하는 재궁으로부터 왕의 공로를 칭송한 시호, 시책, 부장품, 석물 등 매우 다양한 물품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왕릉에서 왕의 몸[시신]을 직접적으로 표상하는 상징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는 왕의 혼령을 상징하는 신주를 봉안한 종묘와 구별된다. 왕릉에서 왕의 존재는 시신으로 증명된다. 그러나 시신을 노출시킬 순 없다. 의복으로 싸고, 관에 넣고 회격으로 막고 다지고 흙을 쌓아 꼭꼭 감추어둔다. 단지 그를 보여주는 것은 시신의 주변에 있는 물품들이다. 즉, 시신 주변의 여러 물품이나 조형물이 “죽은 국왕이 살아생전의 국왕과 다름없이 국왕으로서의 권위와 위엄을 유지하게 만드는 시각적인 장치”인 것이다. 의례에 등장하는 의물을 통해서 왕의 권위가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궁중 기록화에서 왕의 자리와 의물을 통해 왕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과 같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사물의 제작과정에 대한 정치한 탐구이다. 저자는 특정한 의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의궤를 통해서 자세히 서술하였다. 이러한 면모는 제 4장의 시보(諡寶)와 시책(諡冊)에서 잘 드러난다. 재료와 제작 방식, 그리고 이를 만드는 장인의 수를 통해서 의례와 사물에 대한 연구는 장인에 대한 이해로 나아갔다. 사물의 조형성과 상징성을 넘어서 본 연구가 조선시대 사회를 엿볼 수 있는 가능성을 비쳤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물은 왕릉의 석물처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대개 땅속에 묻혀 있거나 불에 태워져 문헌을 통해서만 복원이 가능한 것이 많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의궤의 기록도 훌륭하지만 그 내용을 읽어 사물의 형상을 복원하고 그 제작과정을 그려내는 작업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이루어낸 소중한 성과가 조선시대 미술, 의례, 종교, 사회를 이해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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