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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Art Hist > Volume 314; 2022 > Article
최응천 지음, 『한국의 범종 -천년을 이어온 깨우침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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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사, 2022)
예로부터 범종(梵鍾)은 그 고귀한 자태와 숭고한 울림으로 우리에게 늘 마음의 평안을 주는 최고 존격의 불교 범음구(梵音具)이다. 범종은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된 직후부터 그 소리만 듣더라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친근한 의미로 꾸준히 제작되었고 사찰의 의식 및 장엄에 필수 요소로 자리 매김하였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져 불교 의식 외에도 새해를 맞이하거나 큰 의미가 있는 각종 행사에서 종을 걸고 타종함으로써 다양한 염원을 담아 내고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 범종의 가치는 그 오랜 역사와 함께 신앙과 시대를 초월해 교감하고 있는 민족 정서의 한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범종은 제작 당시의 발원 성격, 제작 방식, 시대 미감과 예술적 성취도 등 각 시대 나름의 문화, 사상, 과학, 예술을 함축하고 있는 금속공예의 총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 연구의 범주 역시 상당히 넓어 오랜 시간과 노력 없인 범종 본연의 특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설명하긴 쉽지 않아 관련 연구서 및 전공자 역시 희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범 종은 반드시 보존하고 연구와 기록을 통해 후대에 전승해야만 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임은 분명하기에 지금 보다는 더 진전된 연구와 관심이 절실한 분야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한국의 범종: 천년을 이어온 깨우침의 소리』 는 장구한 한국 범종의 역사를 저자가 오랜 노력과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에게 선물한 귀한 책이다. 범종을 사랑한 우리 민족의 정서만큼 현재 국내외 전래되는 범종의 수 역시 상당하다. 저자는 370여점에 이르는 방대한 한국 범종을 구체적인 양식 변천을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각종 아카이브, 여기에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QR 코드를 활용해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종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 하였다. 특히 기존의 현황 정리 위주의 개설서가 아닌 양식 및 명문(銘文), 발원자(發願者), 장인(匠人) 등 범종에 담긴 모든 학술 및 예술적 가치에 대한 정리는 마치 범종의 백과 사전(辭典)으로 여겨질 만큼 탄탄한 구성과 내용을 갖추고 있다.
우리에게 늘 정확한 의미와 가르침을 주는 사전과 같은 이 책의 구성은 마치 독자들로 하여금 한국 범종의 장구한 역사를 긴 답사 여행처럼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전개된다. 긴 여행의 출발과 같은 범종의 기원에서부터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범종의 양식 변천에 대한 내용을 담은 1부. 한국 범종의 전개에서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시대별 대표 범종들에 대한 친절한 소개와 상세 이미지 그리고 쉽게 볼 수 없는 일본을 비롯해 해외로 반출된 범종의 모습까지 생생히 전하는 2부. 마지막으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기록해야 하는 한국 범종의 아카이브를 담은 목록들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사려 깊은 배려는 우리에게 범종만큼 진한 울림을 전한다. 그 중 이 책 속의 숨은 백미는 바로 2부에 수록된 한국 범종사에 특별한 지점을 차지하는 작품들의 명칭과 함께 소개한 59종의 소제목에 있다. “중생을 깨우치는 부처의 원만한 소리__성덕대왕신종”, “일본의 국보가 된 바닷가 산사의 범종__연지사명 조구진자종”, “화재와 함께 사라진 화원 이장손의 보살상__낙산사종” 등 범종 하나 하나에 담백한 화두처럼 제시한 짧은 글귀엔 각 범종 나름의 내력, 특징, 애환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 범종하면 꼭 이것만은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저자의 숨은 의도가 엿보인다. 더불어 이러한 함축적 표현의 바탕엔 근접할 수 없는 연구 시간과 고민 그리고 범종과 함께한 저자의 삶이 짙게 베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시인 혹은 문학가들이 한 줄의 글귀에 깊은 감동을 담기 위해 쏟아 붇는 열정과 고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글귀를 미리 접하는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흥미로운 핵심 키워드 덕분에 보다 쉽게 본문의 내용을 읽게 되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범종이 지닌 불변의 상징은 바로 그 소리와 직결된다. 성덕대왕신종에 기록된 “일승의 원음(一乘之圓音)” 즉 범종의 울림은 부처의 소리인 동시에 모두가 하나되어 깨달음을 얻는 화합의 소리를 의미한다. 저자가 제시한 “천년을 이어온 깨우침의 소리”라는 제목 역시 한국 범종의 위대함은 곧 시대를 초월해 우리가 언제나 사랑한 범종의 깊고 은은한 소리에 있음을 전하고픈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한국 범종의 오랜 전통과 함께 지금도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알게 모르게 그 울림에 감동하고 평안을 얻고 있다. 이 위대한 교감(交感)에 지혜로운 빛을 전하는 이 책은 연구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픈 아름다운 한국 범종 여행의 동반자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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